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이달 하순 어머니(72)의 췌장암 수술을 잡아뒀던 ㄱ씨(39)는 지난주 병원 쪽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21일부터 시작된 전공의 등의 집단휴진에 따라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연락한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 환자분들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겠지만 의사들은 생업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가 (의사 증원 정책 등을) 재검토하겠다고만 하면 복귀하지만 만약 해결 안될 경우에 대비해야 하니 미리 전화를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8월 초 암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이미 집단휴진 사태를 고려해 8월 하순에 노모의 수술 일정을 잡아야 했던 ㄱ씨 가족은 병원 쪽의 일방적인 통보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어머니가 조기에 병원을 찾아 암을 발견을 했는데도 휴진사태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몸 속에서 암이 자라는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달만 해도 경미한 통증이었는데 하루하루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 어머니를 비롯해서 많은 중증 환자들의 생명이 누군가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희생돼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21일부터 순차적으로 휴진에 들어가 23일 모든 연차의 전공의들이 업무에서 손을 뗐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안정시까지 정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들은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니 잠시 숨을 고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휴진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분만·응급·중환자 치료 등 필수적인 진료는 거두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암환자 등 중증 환자들은 항암치료나 수술 일정들이 연기되고 있어 절박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암환자 커뮤니티에선 “당장 의료대란이 없다지만 누가 죽어야 대란이라고 할 거냐”거나 “왜 죄없는 환자의 생명을 이용하냐”는 목소리가 크다. 네이버의 한 환우회 카페에 글을 올린 이용자는 “가족이 췌장암 4기인데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아산병원이나 메이저 급으로 항암 전원을 고려중”이라며 “연락해보니 병원들이 다 파업중이라 9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라 가족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너무 속상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님이 대장암을 앓고 있다고 밝힌 또다른 이용자도 “원래대로라면 다음주에 수술이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다다음주로 수술이 밀렸다”며 “이게 말이 되나. 기디라는 환자는 얼마나 초조한지 모르고”라고 글을 올렸다.
수술 환자뿐 아니라 항암치료를 받던 환자들로부터도 치료가 연기됐다며 “우리 같은 중증 환자들은 어쩌란 말이냐”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부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정부 정책에 전부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의료진에게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환자의 생명을 담보삼아선 안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8/0002509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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