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
2차세계대전 영화이면서 특이하게 독일군의 입장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아프리카에 전투를 끝낸 독일의 어느 부대가 스탈린그라드로 파병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주인공인 한스 중위는 파병되면서 소대장에 부임합니다. 주인공은 한스 중위 개인이 아니라 소대에서 한스를 따르는 몇몇 전우들로 의리로서 스탈리그라드의 참혹한 전장을 버텨가는 이야기입니다. 독일의 입장이라 스토리에 대한 반감이 있을줄 알았으나 전우들의 휴머니즘을 다루고있고 소대장인 한스 중위는 인간성의 소중함을 아는 인물이기에 스토리 자체를 따라가는데에 무리는 없습니다.
1993년의 영화인데 그래픽없이 어떻게 전장의 공간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담아내었을까 놀랍습니다. 건물이 부서지고 잔해로 가득한 시가지와 폭격과 총격이 난무하는 전장의 분위기를 말입니다. 탱크와의 전투나 비행기(싸우진 않습니다.)를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더라고요. 전쟁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스탈린그라드는 특히 추위로 고생한 격전지로 알고있는데 눈 쌓인 배경을 멋지게 담아내었네요.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영화 같지만 사실은 딴판입니다. 전투의 양상을 즐기거나 승패의 순서를 가늠하면서 보는 컨텐츠도 아니고요. 그저 한스의 소대가 스탈린그라드에서 고생하는 상황들이 두서없이 그려집니다. 한스와 그를 따르는 전우들의 성향이 나치임에도 휴머니즘 적이게 그려지긴 하지만 그들이 겪는 갈등에 대한 조명이 충분할만큼 되어있지 않습니다. 군데군데 '군령을 따를 것인가', '전장에서도 인간성을 지킬것인가'질문하게 되는 딜레마의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능상 넣어야 해서 첨가한것처럼 임팩트가 있지않습니다.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것이 아니고 결국에 스탈린그라드에서 전쟁의 잔혹성과 혹한의 추위를 이미지적으로만 보여주다보니 스토리의 동력은 약한편이라 느꼈습니다. 결국 영화의 주제도 그것이라 생각됩니다.
한스 중위 역인 '토마스 크레취만' 배우가 볼수록 낯이 익다했는데, <택시운전사>에서 외국기자 힌츠페터 역을 맡았던 배우였네요. 스토리는 억지스럽다기보다 빈약한 전달력이라는 느낌인데 캐릭터들은 매력있었습니다. 나치의 입장이나 소대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한스 중위는 군인으로선 나약한 성정을 지녔습니다. 그를 의리있게 따르는 전우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영화의 분위기는 쓸쓸한 편인데 설경안에서 그려지다보니 위로의 낭만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안에서 보는 눈은 인물들이 겪는 슬픔을 고요히 덮어주는 위로의 정서를 전하나봅니다. 액션을 즐기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전투의 볼거리도 나쁘지 않고, 킬링 타임용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어쩔땐 전쟁타큐를 만든것인가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