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073598?sid=104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러시아가 17일(현지시간)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가능하도록 보장한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협정 종료 시 식량안보가 취약한 국가들이 받을 타격을 알면서도, 식량난을 볼모 삼아 서방의 제재 완화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자국과 관련된 요구 사항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흑해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터로 돌변한 흑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곡물 수출선이 안전하게 다니도록 한 합의다.
유엔과 튀르키예는 지난 5월 17일 3번째로 60일간 협정 연장을 중재한 뒤 최근 추가 연장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이날 일방적으로 협정 효력 중단을 선언했다.
서방은 현재 러시아 농산물 수출에 직접적인 수출 통제를 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서방이 가하는 다른 제재로 인해 국제은행, 해운사 및 보험사와 자국 수출업자 간 거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어려움의 해소 대책으로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이를 국제 금융네트워크에 연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일축하고 "은행간 네트워크 폐쇄를 풀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고 밝혔다. 흑해 곡물협정을 지렛대로 삼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초래된 국제금융시스템 차단을 풀어보겠다는 심산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그간 언동으로 볼 때 협정 종료로 인해 촉발되는 글로벌 식량 가격 급등이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겪게 될 식량 위기의 책임을 서방에 떠넘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