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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호목사의 교회이야기

1004와의 만남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목격하죠. 먹고 싸고 먹고 싸고…‘공공장소에서 식사 금지’, ‘노상방뇨 금지’ 안내문을 붙여놔도 소용없어요. 경찰한테도 손이 올라가는데 저희라고 별 수 있나요”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노인과 노숙자들의 ‘노상방뇨’ 문제로 몇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주와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에도 얼큰하게 취한 한 중년 남성이 담벼락에 볼 일을 보기 위해 서 있었다. 바지춤을 살짝 내린 뒤 망설임 없이 소변을 본 남성은 곧장 근처 노상 테이블로 돌아가 막걸리를 이어마셨다.
 
바로 앞 담벼락에 붙은 ‘노상방뇨 금지구역’이라는 경고문이 무색했다. 경고문에는 ‘이곳은 문화재 보호구역이니 노상방뇨 등의 행위를 한 자는 문화재 보호법 등 관련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안내글이 적혀있었다. 탑골공원은 3·1 운동의 출발지로 1991년 문화재로 지정된 사적 제354호이기도 하다.



이들이 대낮에 거리낌없이 바지를 내리는 이유는 뭘까. 이곳에서 만난 노인들은 ‘볼일을 볼 화장실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원 인근에 화장실이 없는 잔술집 등이 많을뿐더러 화장실이 있더라도 너무 멀리 있다는 불만이다. 장기를 구경하고 있던 김상진(81)씨는 “주변에 갈 만한 화장실이 없다”며 “술을 마시다 보면 자주 마렵지 않나. 나는 멀리까지 가긴 하지만, 급한 사람들은 그냥 싼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문제라고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불평과 달리 탑골공원 내부에도 공용화장실이 있었으며 도보 1분 거리에는 인사동 문화지구 지하 1층 개방화장실이, 왕복 6분 거리에는 종료3가 지하철역 화장실이 있었다. 노상방뇨를 막기 위해 시에서 24시간 개방화장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던 한 남성은 “탑골공원 안에 있는 화장실은 오후면 문을 닫고 가려면 담벼락을 빙 둘러서 가야 한다”며 “예전엔 이런 화장실들이 없었다. 그 때부터 이런 문화가 그대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했다.



종로구청 측은 탑골공원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주변 담장을 허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선 2024년까지 전문 용역업체에서 조사 과정을 거쳐 문화재청, 서울시와 관련 협의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경비 인력을 확충해 노상방뇨 단속 횟수를 늘리고 이동식 화장실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2/0003814673?cds=news_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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